1)
서평에 들어가며
나는 책일 읽기 전에 저자를 먼저 찾아보는 성향이 있다. 이 책이
나와 맞는 성향의 책인지, 저자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머리에 그려낼 수 있어, 저자에 대해 먼저 읽어보는 것을 좋아한다. 저자이신 홍춘욱 박사님이
쓰신 한 인용구가 이코노미스트를 꿈꾸는 나에게 크게 와 닿았기에, 나와 같은 사람을 이 글을 인용하며
서평을 시작하고자 한다.
당신은 여우입니까 고슴도치입니까? |
테틀록 교수는 전문가를 크게 여우와 고슴도치의 두 유형으로 구분 하였다. 고슴도치는 거창한 생각, 즉 세상에 대한 지배적 원칙을 믿으며 ‘긴장하고 성급하며 경쟁적인’ A형 행동양식에 유형에 속한다. 여우는 이에 비해 수없이 사소한 생각을 믿으며, 또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유형이다. 고슴도치가 언제나 큰 녀석 하나를 노리는 사냥꾼이라고 한다면, 여우는 무언가를 부지런히 줍고 다니는 채집자다.
대중에게는 고슴도치가 훨씬 매력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목소리가 크며, 극단적 전망을 제시하기에 대중매체의 관심을 끌기 좋기 때문이다. 기억력 또한 나빠 자신의 틀린 전망은 쉽게 잊고, 새로운 극단적 주장을 제시하기에 여념이 없다.
내 인생의 철학이 위의 인용구에 다 녹아 있다. 난 젊은 날에는 고슴도치처럼 극단적인 전망을 곧잘 내놓았었지만, 20년이 넘는 이코노미스트 생황을 통해 그런 전망이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겁쟁이라고 해도 좋고 소심하다고 해도 좋다. 난 고슴도치보다 여우가 좋으며, 환율 전망에 있어서도 이런 태도를 지켜나감으로써 결국 시장의 플레이어들에게 인정받고 싶을 뿐이다.경제와 환율을 이보다 더 쉽게 설명할 수 없다.
2)
경제와 환율을 이보다 더 쉽게 설명할 수 없다
홍춘욱 박사님의 ‘환율의 미래’는
가장 간결하고 명확히 환율과 경제를 설명한 책이다. 사실 경제만큼 설명하기 힘든 것도 없다. 용어도 어려울뿐더러,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써는 것은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중국, 유럽, 아르헨티나, 싱가포르와 같은 예제를 들어가며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무엇보다 하나의 예를 들기 전, 주변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들어가니 책의 내용을 시각화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책 잘 읽었습니다 :) |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우리가 믿고 있는 현상에 대한 검증이다. 그
예로 원화가치가 적정 가치보다 저평가되었을 경우에 경상수지가 발생하고, 반대로 원화의 가치가 고평가되었을
경우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1997년 이후부터는 둘 사이의 관계가 역전되었는데, 이 책은 두 관계가 역전된 이유를 경상수지와 환율 결정 요인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저축률과 선진국 소비시장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경기 과열을 겪은 나라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이유 등 우리가 흔히 믿고 있는 현상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고 설명하고 있다.
혹자는 환율은 모든 금융시장을 연결하는 터널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핫머니 유입이 커지고, 자산 배분의 중요도가 올라가며 금융시장을 더욱 개방할수록
환율의 중요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금융시장과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선 환율의 이해가 필수적인데, 이 ‘환율의 미래’는
환율 결정의 메커니즘과 경제 지표의 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였다.
맛보기로 아래는 이 책에서 각 나라를 분석한 부분을 일부 발췌한 것이니, 자세한
내용은 꼭 책을 사서 읽어 보길 권한다.
3)
중국
중국이 ‘꿈’까지 버리며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선 이유는?
중국이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추진해오다 2015년 방향을 선회한 것은
경기가 안 좋기 때문이다… 중국 수출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보다 선진국 경기가 나쁘기 때문이며, 다음으로는 글로벌 달러 강세 때문이다… 수출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공급과잉으로 연결되었다. 중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은 크게 세 가지인데, (1) 금리 인하, (2) 재정 정책 확대, (3) 위안화 평가절하이다.
일단 편입은 되었는데, 달러와의 경쟁력은 미지수다 |
중국은 이때까지 위안화 평가절하 정책을 쓰지 않았는데, 이는 ‘기축통화에 대한 꿈’과
연관되어 있다.
4)
유럽
유로존의 출범은 유럽 강대국들에 ‘시장 확대,’ 약소국들에는 이자를 낮춰주는 효과를 주었다. 특히 이 저금리 효과는
남유럽 국가들의 부동산 호황을 유발하였고 건설업의 부황을 이끌었다. 경기가 과잉되면서 (실제 성장률 > 잠재성장률)
물가 상승 압력이 밀려왔고, 이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뜨렸다. 따라서 사람들의 저축은 들고 소비와 투자가 늘어났는데, 이는 경제에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발생시켰다. 따라서 외국 금융기관에서 돈을 많이 빌려오게 되었다. 결국, 2010년 그리스의 재정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크자,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잃고 더는 외국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올 수 없게 되었다.
… 결국, 일종의 고정환율제도인 유로화 시스템의 출범 그 자체가 재정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며, 또한 각국의 재정 정책에 대한 통제의 끈이 느슨했던 것 등이 원인으로 거론될 수
있다.
5)
일본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던 ‘엔화
강세 = 주가 상승’의 공식은 깨져있다. 이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엔 캐리 트레이드 붐에서 찾을 수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환경에 매우 민감한데, 이는 투자 자산의 환차손 및 가격 하락으로
이중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엔 캐리 트레이드의 예제 |
이러한 이유로 엔화는 세계 경제가 불황을 보일 때 강세를 보인다. 고금리 통화나 고수익 자산에 투자했던 자금이 일거에 회수되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수출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글로벌 경제 여건 악화로 수출 수요까지
줄여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이러한 엔화의 ‘안전자산’으로서의 특징은 일본 경제에 부담을 주게 된다.
10년 후의 달러/엔 환율을
점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경기 전망의 어려움과 엔화의 ‘안전자산’으로써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도 안개 속에 있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는(인플레이션 유발)은 시간이 될 것이다. 2~3년 내에 다시 선진국 경기 침체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때가지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흐름을 안착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예스’가 될 것 같다.
6)
고정환율제 vs. 변동환율제
고정환율제를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를 쉽게 설명해주었다. 이것은 ‘Impossible Trinity’ 이론에서 나오는 것인데, 한
나라가 (1) 독자적 통화정책, (2) 환율 안정성, (3) 자유로운 자본이동 3가지를 모두 쟁취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딱 하나 중국이 예외였는데, 이는 중국의 높은 경상수지 흑자와 해외
자본 투자 때문에 가능하였다. 즉, 높은 외화 보유액과 경쟁
성장률이 있어 가능했다.
Impossible Trinity 이론. 이론이 맞다면 한 국가는 위 3가지를 한꺼번에 이룰 수 없다. |
홍춘욱 박사님은 작년 8월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중국도 예외는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중국 경제 특성상 금리 인하와 재정 정책이 큰 효과를 못 이루며, 결국 변동환율제로의 변화를 할 것이다. 특히 저자의 말처럼 중국은
금리 인하 카드를 쉽사리 못 꺼내고 있으며, 사상 최대치의 역레포
(RRps)를 단행하며 단기 유동성만 간간히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역레포는 병의 본질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만 치료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변동환율제가 필요할 것이다.
7)
서평을 마치며
서평을 처음 써보며 책을 3번 읽어 보았다. 그만큼 양질의 자료가 들어가 있으며, 되새기고 싶은 개념들이 즐비한
책이다. 가독성도 좋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책이며, 자산분배, 글로벌
경제의 역사와 현재 상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처음으로 저자 사인을 받아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