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은 2008년 말부터 금융시스템 안정과 경제회복을 위해 미국 국채(T-bonds)와, 정부발행유가증권(Government backed security, or
GBS), 모기지담보채권(MBS) 등 대량의 금융자산을 매입하는 정책을 펼쳤다.
양적완화라 불리는 이 정책은 9천억 달러가 채 되지 않았던 연준 대차대조표를
4.5조 달러까지 규모로 키웠다. 이 대차대조표에는 2.5조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1.8조 달러의 모기지 관련 수익증권이 담겨져 있다.
2014년 10월 양적완화가 종료된 이후 연준은 만기를 연장시키는 방법으로 대조대조표
크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 대차대조표. 출처 : 구글 이미지 |
FOMC는 현재 긴축정책은 궁국적으로 대차대조표 축소를 포함하고 있음을 명확히 밝혔지만,
federal fund rate가 정상화 될 때까지 축소 정책을 실행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기준금리가 먼저 인상되어야 대차대조표 축소가 진행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수의 연준 의원들이 대차대조표 축소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으며, 주요 시장 참여자들도 예상보다
빠르기 진행될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연준의 대차대조표 정상화 방안이 달라졌을까? 나(주: Ben S. Bernanke)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단기금리가 의미 있을 정도로 높게 유지될 때 까지 연기되어야 한다.
이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대차대조표 축소 강도가 수동적이고 예상 가능해야 연준 정책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며, 시장 리스크가 최소화 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산축소가 시작되면
FOMC는 이것을 멈출 수 없다는 걸 가정하고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축소정책이
금융 상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불분명한 상황임에 따라 단기금리를 먼저 올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비해 연준 위원회가 그 결과를 상쇄시킬 만한
여지를 주어야 한다.
두 번째,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하기 전에 FOMC는 이상적인 대차대조표 크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중에 설명할 것이지만 합리적인 시나리오
아래서는 적당한 양의 대차대조표를 축소시켜, 돌발적인 상황을 최소화 시켜야 한다.
나는 이 글에서 긴축 통화정책 속도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고 있다. 다만 FOMC가 어떤 긴축정책을 얼마나 빠르게 실행하던지 단기금리를 먼저 인상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언젠가 일어날 일이지만 급하게 진행할 필요가 없다.
대차대조표 축소 : 간단한 케이스
미 연준은 양적완화 정책을 꺼내든 이유는 금리가 거의 0%인 상태에서 전통적 금리 인하 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FOMC는 이러한 비전통적 정책이 자산매입이 금융 환경에 끼칠 영향을 예상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었다. 특히 연준 발표를 통해 시장참여자들이 향후 정책을 예상하는 것(signal effect)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2013년 당시 내가 경제 상황이 충분히 향상된다면 자산매입을 축소시킨다고 하였을 때,
시장은 “taper tantrum”이라고 받아드리며 변동성은 급격히 증가 하였으며,
장기금리 역시 상승한 전례가 있다. 이러한 반응은 주로 연준-시장간 Signal channel을 통해 전파 되었는데, 몇몇 시장 참여자들이 자산매입 축소를 빠른 단기금리 인상으로 받아드려 일어났다. Taper tantrum 사태는FOMC 의원들이 나서 자산매입이 축소 되어도 단기금리가 낮게 유지될 것이라 말하며 진정되었다.
미국 10년, 5년 국채금리 추이 (2012.01.01 ~ 2017.07.25). 출처 : FRED |
대차대조표 축소시 이러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FOMC는 정책을 수동적이고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진행할 것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2014년
9월 FOMC 가이던스는 대차대조표 축소가 자산 매도가 아닌 롤오버를 중단하면서
자연스레 축소시킬 것을 밝혔다. 연준은 대차대조표 축소를 자산매도 없이 몇 년동안 수동적으로 진행하며 정책방향
예측성을 높여야 시장 혼란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원칙적으론 자산매도가 적극적인 대차대조표 축소 관리를 위해 꼭 제외될 필요는 없었다. 예를 들어 FOMC는 어떤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재투자를 시작하거나, 재투자를 단계적으로 중단하면서 긴축정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실무에선 적극적인 대차대조표
축소가 시장에 예상보다 큰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특히 시장 참여자들이 미래 금리정책에 강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서 재투자가 끝난 이상 대차대조표 축소를 적극적인 관리 없이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즉, 시장에 타격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서는 대차대조표가
적절한 크기까지 줄어들 때까지 내버려 두며 경제가 크게 악화되는 것만 막아야 한다. 게다가
2015년 9월 FOMC에서 발표한 대차대조표
축소의 영향 분석에서 연준 축소 정책을 뒤집지 않을 것을 밝힌 바 있다.
연준 SOMA 보여 현황 및 향후 추정치. 출처 : Zerohedge.com |
연준과 시장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축소 정책을 간단하고 예상 가능하게 진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 참여자들이 FOMC의 금리 예상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 금리 예상치가 나타내는 긴축정책 강도는 대차대조표 크기에 달려 있다. 만약 대차대조표
크기가 금리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현 금리 예상치로 긴축 정책 강도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 있다.
FOMC 위원들은 향후 금리 예상치와 와 대차대조표 크기 예상치에 대한 질의를 받을 수 있으나, 이는 무척 복잡한 문제이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축소 정책을 단순히 재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한다면, 단기금리가 현재 0%에서 상승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은 연준 위원들의 몫이다). 만약 재투자 중단이 금융 상황을 예상보다 더 압박하거나
경제가 예기치 않게 둔화된다면, 기준금리가 이미 상승하였기 때문에 FOMC가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인 연준 대차대조표 크기는 얼마나 될 것인가?
FOMC는 자산 재투자가 종료되는 시점에 대차대조표의 이상적인 크기와 구성요소를 밝혀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성을 강화시켜야 한다. 현재 위원회 내에서 이상적인 크기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다른곳에서 내가 언급했듯, 연준이 무기한으로 대형 대차대조표를
유지하는 안 역시 타당성이 있다. 대형 대차대조표 정책에는 자금시장의 통화정책 투명성을 향상시키고,
단기자금 유동성과 유사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전재로 하고 있다.
하지만 FOMC가 대형 대차대조표를 채택하지 않아도 통화보유 증가와 통화정책 실행
안 변경으로 인해 “보통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필요하다.
이는 정책 실행이 빠르게 진행될 필요가 없다는 또다른 이유가 된다 (주:
보통의 대차대조표 축소만이 필요하기 때문).
통화 수요 증가는 연준이 큰 대차대조표를 무기한으로 가져가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최소한의 대차대조표만 보유하여 시장이 원하는 통화량만 보유 한다 치면, 통화는 부채가 될 것이고 정부발행 증권은 자산이 될 것이다. 이것이 금융위기 전 연준의 대차대조표였다.
부채는 8,000억 달러의 통화로 구성 되었으며, 자산은 대부분 미국 국채로 부채보다 살짝 더 많은 수준이었다.
연준 대차대조표 구성. 출처 : Nakedcapitalism.com |
그러나 오늘날 통화량은 1.5조 달러까지 증가하였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명목 GDP와 달러 수요가 상승하면서 연준 관계자들은 향후
10년간 통화량이 2.5조 이상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시장의 통화 수요만으로도 연준이 금융위기 전 보다 큰 대차대조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준은 통화 말고도 다량의 단기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상업은행이나 Money market mutual fund 등에서 유입된 예치금으로
이뤄져 있다. 이 부채들은 연준의 자산매입과정에서 신용 보강을 위해 발생 하였으며, 이들은 자산 축소가 이뤄질 경우 같이 사라질 것이다. 크게 보면 연준의 이상적인 대차대조표
크기는 연준이 은행 예치금과 비통화 부채의 크기를 결정하는 데 달려 있다. 이 관점의 쟁점은 연준이 향후
통화정책을 어떻게 실행 시키느냐에 있다.
금융위기 이전, 연준이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단기금리
조정을 하기 위한 예치금은 약 100억 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치금이 상당히 커져 작은 공급량 조정만으로는 단기금리를 관리할 수 없게 되었다. 대신 연준은 연준 예치금에
이자를 주는 방식으로 단기금리를 관리하고 있다. 이 방식은 “Floor system” 라고 불리며 예치금에 붙는 이자가 정책금리의 “floor”을 정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Floor system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 졌지만 FOMC가 통화정책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2016년 11월 FOMC 의사록은 Floor system가 “비교적으로 간단하고 효율적인 관리 방법이며, 비교적 직접적인 소통경로를 만들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금리 조절을 효과적으로 만든다”라고 밝혔다.
Corridor System과 Floor System. 출처 : 뉴욕 연준 |
그렇다면 연준이 지금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계속하기 위해서 얼마의 은행 예치금이 필요할까? 중앙은행이 정한 Floor rate가 항상 효과적이기 위해선 예치금이 풍부하게 있어야 한다.
2008년 12월 연준금리가 처음으로 0%로
떨어지고 통화정책 도구로 은행예치금에 이자를 부과했을 때, 은행 예치금은 약 8,000억 달러 규모였다. 명목 GDP와 은행 부채 증가를 감안하면
floor system을 통해 통화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 은행 예치금은 1조 달러 이상이 팔요할 것이며, 더 증가할 수 있다. 또한 통화 수요까지 감안한다면 이상적인 연준 대차대조표 크기가 지금의 2.5조 달러보다 더
커야 한다는 것 역시 억측은 아니며, 향후 10년간 4조 달러 이상을 초과할 수도 있다. 미국 경제는 연준 대차대조표 4.5조 달러를 향해 “성장하고” 있으며, 향후 몇 년간 급격한 대차대조표 축소의 필요성은 줄어들고 있다.
결론
언젠가 연준은 대차대조표 축소를 할 것이다. 나는 통화정책 속도에 대한
견해를 밝히지 않는 대신 대차대조표 축소를 급하게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2가지를 제시하였다.
첫째, 대차대조표 축소로 인한 시장과 경제 파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수동적인
자세로 접근하여 자산이 만기될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것이 최선책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심스러운 방침에도 불구하고
대차대조표 축소의 효과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에 따라 먼저 단기금리를 안정적으로 상승시키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둘째, 연준은 시장과 대중에게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주기 위해 장기적으로 이상적인
대차대조표 크기를 정책 시행 전 알려야 한다. 연준이 대형 대차대조표를 거부했지만 여전히 이상적인 대차대조표
크기가 현 수준보다 크게 작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대차대조표 축소는 급하거나 빠르게 진행될
필요도 없다.
물론 연준의 대형 대자대조표가 여러 방면에서 해가 된다면 이러한 주장들은 뒤집힐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써 연준 대차대조표가 시장 기능과 경제에 큰 문제가 되는 증거는 아주 적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