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 - 부실대출의 규모와 문제점>
이탈리아의 부실대출 문제는 2012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현재 부실채권의 규모는 약 3,600억 유로에 달하며, 이는 2007년 금융위기 이후로 3배가 증가하였습니다. 총대출대비 부실대출 비율이 더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부실대출-총대출 비율은 약 17%~21% 측정되고 있으며, 스페인의 7%, 프랑스의 5%와 비해 상당히 높은 비율을 보입니다. 이탈리아 부실채권은 매년 약 20%씩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 평균보다 약 4배 높은 수치입니다.
이탈리아의 부실대출 현황. 출처 : Financial Times |
이탈리아와 유럽 주요국가의 부실대출 / 총대출 비율. 출처 : Financial Times |
더 큰 문제는 이탈리아 부실대출이 집중된 곳입니다. 부실대출의 80% 이상이 기업대출에 집중되어 있는 것입니다. 2014년 기업대출대비 부실대출 비율은 약 30%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이탈리아의 경제와 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의미합니다.
기업들의 수익이 악화하자 대출상환이 연기되거나 갚지 못 하는 상황이 되고, 은행권은 이러한 악성 대출을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으면서 (write-off) NPL은 증가하였습니다. 2013년엔 부실대출의 약 10%만 부채로 인식되거나 매각되었습니다.
부실대출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것들을 write off 하거나 매각하는 것입니다. 이탈리아 은행들은 이러한 방법들을 택하는 대신 부실대출들을 보유하며 대출상환을 기다리거나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하려 했습니다. 이 방법은 경제 호황기일 땐 부실대출이 줄며 대출상환이 늘기때문에 효과가 있지만, 경제가 침채되면서 기존부실대출이 청산되지 않은 동시에 새로운 부실대출이 늘어나는 악효과가 반복되었습니다.
높은 부실대출은 은행권의 수익성 또한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부실채권은 이자수익도 못 올릴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대출이자를 올려 신용시장을 축소합니다. 또한 양적완화로 인해 국체율이 낮아지며 은행의 수익성은 악화되며, 은행의 수익률을 점차 떨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해결방안과 넘어야 할 산>
현재 이탈리아가 ECB에게 제시한 400억 유로 규모의 bail-out은 독일의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대신 ECB는 1500억 유로의 유동성을 부실은행들에게 지원해 주기로 하였습니다.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부실대출의 roll-over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실대출을 제3자에게 팔거나 write off를 통해 손해를 인정해야 합니다.
판매되거나 Write-off된 이탈리아 부실대출 현황. 출처 : IMF |
이탈리아가 먼저 제시했던 400억 유로 규모의 bail-out을 살펴보면, 국책은행들이 부실대출을 사들여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은 bail-out이 아닌 bail-in을 강조하며 기업들 (은행) 스스로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bail-in 방법을 써야 하는데, 이는 부실대출을 증권화
(securitization) 시켜 제3자에게 파는 것입니다. 증권화란 여러 종류의 담보물들을 하나로 묶어 판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실채권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위험룰과 시장가격을 책정하는 게 시급합니다. 이곳에서 이탈리아와 구매자 (주로 벌처펀드)의 의견대립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은행권은 장부가치의 약 40% ~ 50%를 요구하는 반면 벌처펀드는 약 20%~30%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탈리아의 법률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그렇습니다. 부실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파산신청을 할 경우 이탈리아는 12~15년이 걸리는 반면 프랑스와 같은 나라는 5~7년 만에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탈리아 정부는 파산처리 기간을 단축시키는 법안을 처리 중이며, 이 법안의 내용에 따라 장부가치의 할인율 또한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화된 부실대출의 위험률 또한 변수로 작용할 것인데, 현재 이탈리아 정부가 나서서 증권화를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증권화의 방법이 알려지지 않았고, 증권화의 특성상 위험률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을 주목해야 하나?>
1-1. 현재 이탈리아는 Atlante Fund를 통해 이를 해결한다 나서고 있습니다. Atlante Fund는 약 50억 유로를 출자해서 만들었는데, ECB가 유동성을 지원해주고 남은 200억 유로 규모의 부실대출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양입니다.
1-2. 하지만 벌처펀드들이 주장하는 데로 부실대출의 할인율이 높고, Atlante Fund를 선두로 부실대출이 지속적으로 팔린다면 사태는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할인율이 높다는 뜻은 그만큼 경제가 안 좋다는 뜻이며, 그만큼 은행들에게 손해가 인식된다는 뜻이기 때문에 할인율을 쉽사리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NPL 비중이 높은 다른 은행들에게 같은 작용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1-3. 2013년 3,330억 유로의 부실채권 중, 약 20~30억 유로의 부실채권만 판매되었습니다. 미국의 부실대출 시장 규모는 약 4,000억 ~ 4,5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고 있으나 유럽은 아직 시장 초기 단계로, 얼마나 많은 물량을 소화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이탈리아 부실채권 거래 현황. 2013년에는 약 30억 유로만 거래되었다. 출처 : IMF |
2. 2007년 이후 New Normal 시대에는 더 강도 높은 QE를 통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의 강력한 반대와 벌써 QE의 효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함에 따라 시행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탈리아의 GDP 대비 경상수지는 회복을 보이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쓸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입니다. 즉,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탈리아의 GDP 대비 경상수지. 출처 : OEC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