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5일 월요일

유럽의 유동성에 관해서 - CoCo Bonds & QE


도이치뱅크 CDS의 급등이 시사하는 점

설 연휴를 전으로 해서 도이치뱅크 CDS가 급등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CDS (Credit Default Swap) 를 간략히 말씀드리면 '채무불이행 보험료'의 buyer price와 seller price의 차이를 나타낸 것입니다. 이 둘의 가격 차가 클수록 수급 불균형, 즉 risk의 증가를 의미합니다. 도이치뱅크 CDS의 증가는 도이치뱅크의 채무불이행이 높아졌다 말할 수 있습니다.

도이치뱅크 CDS 그래프. 출처 : 페이스북 경제가보이네요 그룹

많은 전문가분이 이 급증의 이유를 CoCo bonds에서 오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CoCo bonds가 아닌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CoCo bonds가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CoCo bonds란 무엇인가?

CoCo bonds - Contingent Convert Bonds의 약자로써 3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위기 상황을 대비한 채권이다.
둘째, 주가 (혹은 채권 가격이) '적정선' 이하로 떨어질 시 주식으로 변한다.
셋째, 발행자의 수익이 악화할 경우 coupon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넷째, Perpetual bond (무기한채권) 이다 (TLAC requirement 때문).

딱 보아도 채권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많습니다. 하지만 위험이 클 수록 수익이 높으므로, 더 큰 수익성 (yield)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급등하기 전인 1월에 약 7.5%의 yield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약 13.4%까지 yield가 치솟았죠. 수익률이 높아져서 좋은것이 아닙니다, 이는 그만큼 위험률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CoCo bonds yield 추이. 출처 : Bloomberg

(1) 위기 상황을 대비한 채권

CoCo bonds의 가격 폭락의 원천적인 이유를 찾으려면, 만들어진 이유부터 알아야 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세금으로 은행을 bail-out (구제금융)을 해야 되는지 갑을 논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bail-out이 아닌, bail-in을 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즉, 은행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것이었죠.

이렇게 해서 TLAC 프로그램이 생기고, CoCo bonds라는 상품이 생기게 됩니다. (TLAC는 나중에 따로 다루도록 하고 오늘은 CoCo bonds에 대해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CoCo bonds는 은행이 위기에 빠질 때 주식으로 변환됩니다. 즉, 주주의 권한이 강화되어 주주의 의견이 더 반영되며, 채권자는 줄어들기 때문에 회사는 파산되어도 자산을 '그나마' 지킬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위기 상황 시 주주들은 '주가방어'를 위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어 회사를 더 잘 살릴 수 있다는 논지였습니다.

CoCo bonds의 규모와 발행 시기. 출처 : Value Walk

의도는 좋은데, 실제 상황에서 얼마나 반영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만약 은행이 'too big to fail (TBTF) 일 때 어떻게 될까요? 큰 은행 CoCo bonds 투자자들은 - 지난 2008년처럼 - 정부가 구제금융을 해줄것이라 믿고 단지 '고수익' 상품에 투자했을 것입니다. (물론 도이치뱅크처럼 큰 은행의 수익성 악화도 생각지 못했겠지요).

(2 & 3) 은행의 수익 악화와 Coupon payment

2015년도 도이치뱅크 실적이 발표되었을 때 (2) 번의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약 68억 유로의 손실을 보았는데, 이때부터 CoCo bonds의 coupon을 지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지급 불가능한 만큼 bonds의 가격을 내려가게 되고, 이는 불확실성을 키워서 주가를 내려가게 하여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사이클이 반복되어 보였습니다.

이러한 위기의식이 팽배하던 중, 2월 12일 도이치뱅크는 채권을 매입합니다. 약 34억 유로, 20억 불 규모의 senior debt를 공개매수 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왜 지금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CoCo bonds가 아닌 'senior debt'를 매수하는지에 주목하여야 합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CoCo bonds는 위기를 막는 쿠션 역활을 해줍니다. 방패를 만들어 놨는데 지금 부술 이유가 없죠 - 투자자들이 어떻게 되든 말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senior debt를 산 것은 은행의 '지급 능력'을 보여준 것입니다. 또한, 회사채 가격이 내려갔을 때 조기매수 함으로써 채무상태를 더 나아가게 할 수 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2016년 1월 1일 ~ 2월 14일 주가 추이. 출처 : Yahoo Finance

하지만 이에 주가가 반등한 것은 회사의 불안감이 크다는 것을 암시한 것입니다. 회사의 현금을 다른 곳에 투자하지 않고 자기 빚을 갚는 데 쓰는데 주주들은 좋아합니다. 그만큼 도이치뱅크의 상황을 나쁘게 본다는 것이었겠죠.

(4) CoCo bonds는 무기한채권이다.

무기한채권은 발행자가 특정 기간에 상환할 수 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경우, CoCo bonds가 상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마켓이 '예상하는 만기기간'을 만들었습니다. (주로 5년). 이 '기대만 기기 간'은 향후 CoCo bonds를 발행하기 더 비싸게 만들어 발행자가 무기한채권을 상환하게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더 싼 가격으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무기한채권의 상환은 '의무'가 아닙니다. 지금처럼 은행이 내야 할 이자가 올라가면 5년 후에 상환할 수 없을 것이고, 이는 채권자는 무기한채권을 더 오랫동안 보유해야 합니다. 즉, 채권자의 포트폴리오에 변수가 생기고 유동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안 - 도이치뱅크의 방어 전략과 ECB

2월 8일 월요일 - 도이치뱅크는 현재 10억 유로를 보유하고 있어 4월에 있을 3.5억 유로의 coupon을 충분히 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2월 12일 금요일 - 도이치뱅크의 성명서에 senior debt 조기 상황 이외에 다른 부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2015년 말 short-term liquidity가 약 2,150억 유로가 있고, liquidity coverage ratio는 약 120%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였습니다.

즉, 우리는 '단기자금이 풍부하다.' 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리먼 브러더스 사태나, 현재 금융시장을 보면 '유동성' 위험성은 항상 주위에 있습니다. 즉, 이 유동성 문제가 다시 유럽시장을 통해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중앙은행 (ECB) 의 추가 양적 완화도 이러한 유동성을 공급해 주기 위함입니다. 양적 완화 자체가 주요 은행들에 단기자금을 주어 refinancing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추가 양적 완화는 유로 은행권의 유동성이 축소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http://www.valuewalk.com/2016/02/coco-consternation-and-systemic-procyclicality/
http://www.forbes.com/sites/francescoppola/2016/02/10/deutsche-banks-recovery-is-not-what-it-seems/#62b334082168
http://www.businessinsider.com/deutsche-bank-bond-buyback-2016-2
http://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6-02-11/deutsche-bank-investors-get-a-scare
http://seekingalpha.com/article/3893886-deutsche-bank-crystallizing-europes-tbtf-problems?pag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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