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ossible Trinity & EM>
외환시장을 얘기할때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Impossible
Trinity'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한 국가가 (1) 고정환율제, (2) 자유로운 자본이동, (3) 독립된 통화정책 이 3가지를 한꺼번에 이룰 수 없다는 이론입니다.
얘를 들면 (1)번과 (2)번의 조건이 만족했을 경우, 중앙 은행은 환율을 고정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의 기준금리를 따라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캐리트레이드와 arbitrage
opportunity 때문에 자본 유출이 심해지니까요. 따라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없어집니다.
Impossible Trinity의 구성. 출처 : New York Times |
굳이 이 이론을 이야기 하는것은 중국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 이야기 하기전에 오늘은 선진국을 먼저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이번주에는 2가지 큰 이벤트가 있었는데, ECB Draghi 총재의 연설과 BOJ 구로타 총재의 연설이 있었습니다. 두 연설 모두 통화정책 완화를 이야기 했었죠.
2월 4일에 있던 Draghi ECB 총재의 연설문은 공격적인 형태를 띄고 있었습니다. '중앙 은행이 낮은 인플레와 어떻게 맞설 것인가' 라는 제목부터 범상치 않았었죠. 이 연설에서 Draghi 총재는 몇 가지를 강조하였습니다.
1. 저인플레 현상은 자국 중앙은행이 혼자 풀 수 없다.
2. 저인플레 현상은 영원하지 않다, 지금의 저인플레 현상은 mid-term 일 것이다.
3. '우리는 지지 않는다'
'우리는 지지 않는다'라.. 이것은 저인플레와의 중장기전도 불상시 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집니다.. 그럼 Draghi 총재가 언급한 '중장기'는 얼마동안일까요? Draghi 총재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실제인플레이션 보다 낮아지기 전에 인플레이션을 올려야 한다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점차 낮아지면 실질 인플레이션은
올라가기 때문에, 통화 정책을 써도 잘 먹히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질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나타낸 Fisher Effect. |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초창기에 일본 은행의 통화정책이 통하지 않는 이유를 기대인플레이션이 이미 deflation 영역에 들어섰기 때문이라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Fed가 작년 12월까지 금리인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이 오히려 떨어진뒤 교착되었기 때문이죠.
이유가 어찌되었건, Draghi 총재는 이러한 이유를 들어 '중기적'으로 양적완화를 하겠다 선포했습니다. 그럼.. 유로화의 공급이 더 많아져서 약세를 띄워야 하는데, 유로화 이 발언 이후 2.38% 강세를 불러왔습니다. 이 글에도 있듯이 자금이 오히려 회귀하고 있는 것이지요.
재밌는건 일본 은행의 구로타 총재도 비슷한 발언을 합니다.
'우리 아직 안 끝났어ㅋ 통화정책에 끝이 어딨냐?'
엔화는 이 발언이 있자 2.24% 강세를 보입니다. 돈을 더 푼다고 하는데 엔화는 강세네요. 2014년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Cash-to-GDP 비율이 약 44%에 달하였습니다. 미국 11%, 독일 19%에 비하면 현저히 많습니다 (여담으로 한국은 34%..). 즉 투자를 늘리기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한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나라별 기업 현금 보유율. 출처 : The Economist |
통화정책 완화를 시사했는데, 오히려 EUR과 JPY은 통화 강세를 띄웠습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통화의 공급양이 많아지면 약세를 띄워야 하는데 말이죠. 하지만 EUR, JPY 둘 다 강세를 띄웠습니다.
<캐리 트레이드>
캐리 트레이드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서, 다른 나라의 고금리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캐리 트레이드의 가장 큰 단점은 future spot
exchange rate를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뜻은 환율의 변동성이 심해질수록 캐리 트레이드 전략에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EM 환율을 보면, 전체적으로 약세를 띄고 있지만 변동성이 점점 심해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적완화로 풀어진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다시 회수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오건영 님의 글에서 볼 수 있듯, 언제나 유동성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ECB와 BOJ의 발언은 유동성을 공급해주기 위한 '립서비스' 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즉,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위해 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빚을 국가들이 갚기 쉽게 도와주는것이 됩니다.
캐리 트레이드로 본국으로 회기한 자금들은.. 안전 자산을 찾게됩니다. 수요일을 기점으로 German 10Y
Bond, 10Y T-Bil, 일본 10년 국채, 금, 은 등.. 많은 '안전자산'들의 가격이 올라간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월 1일 ~ 5일 금과 은 가격. 출처 : Yahoo Finance |
<Who will gain & lose?>
지난주 환율시장을 보면, 수요일 오후 3시 (미국 동부시간)을 기준으로해서 재밌는 그림이 나옵니다. 신흥국 통화들이 USD 상대로 강세를 띄웁니다. JPY, EUR 둘 다 USD 상대로 강세를 띄우고 있게됩니다. EM 통화들은 USD 상대로 목요일, 금요일도 강세를 보이게 됩니다. USD는 계속해서 약세가 되죠.
2월 1일 ~ 5일 USD Index 그래프. 출처 : CNBC |
이에 반해 EUR/EM 환율은 큰 변동이 없습니다. 수요일 강세를 보인곳에서 보합세를 보이거나, 오히려 강세폭이 낮아졌습니다. 즉, EUR/EM 환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이나 유로지역에서 왔다고 하면, 환율이 변동이 적다는 뜻은 캐리 자금들이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2월 1일 ~ 5일 일본 옌 대비 말레이시아 Ringgit 가치. 변동성이 심하고 보합권에 있다. 출처 : Yahoo FInance |
2월 1일 ~ 5일 유로화 대비 말레이시아 Ringgit 가치. 역시 보합권에 있다. 출처 : Yahoo Finance |
문제는 EM입니다. 캐리자금이 청산되면서 EM 환율은 당연히 약세가 되었지만, 달러화 시장에서는 오히려 강세를 보였습니다. 또한 EUR, JPY 대비 강세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고 곧바로 진정되었죠. 이것은 중앙정부의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자금이탈이 심해지니 일단 막고보자.. 이런 식으로 가게 된거죠. 물론 다음달 외환보유고가 나와봐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요. 지준금 안에있는 EUR, JPY를 털어서 외환을 방어하자, 시장은 이미 USD 대비 약세.. 이런 그림이 나온것 같습니다. 덕분에 유가도 좀 올라가고 숨통이 트긴 했지만요.
2월 1일 ~ 5일 3월 만기 유가 그래프. 출처 : Yahoo Finance |
즉, 일본 & 유로지역에서 나타난 캐리 자금들이 EM에 투자되었지만, 변동성이 커지자 자금 회수를 하기 위해 중앙 은행들이 나서게 된 거죠. 때마침 미국도 달러화 약세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EM --> 유럽/일본 으로 흘러가고, USD는 사이에 껴서 반사이익으로 약세전환하게 됩니다. 덕분에 유가는 반등하게 되면서, 신흥국들도 반사이익을 보는, 윈-윈 스토리가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윈-윈이 지속되려면 EUR/EM 혹은 JPY/EM 환율이 지속적으로 안정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돌아가면서, USD는 약세를 보여주게 되니까요. 하지만 신흥국 외환보유고가 그렇게 많을까요? 중국을 시작으로 많은 신흥국들의 외환보유고가 감소되고 있습니다. 물론 외환보유고가 양적완화 이후 급격히 늘어 아직은 괜찮지만, 언제나 감소되는 '속도'를 눈여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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